주입식 교육이 문제다

주입식 교육이 문제다

대학에 학생선발 자율권을 주고, 자립형 사립고를 많이 만들고, 3불정책은 실질적으로 무효화하고…. 이명박 후보의 교육 공약은 현정부의 교육정책과 반대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내가 보기엔 이 둘 사이에는 뚜렷한 공통점이 존재한다. 첫째로 학교와 학원의 현실을 모르는 사람들이 만들었다는 티가 역력하고, 둘째로 우리나라의 고질적인 ‘주입식 교육’에 대한 문제의식이 없다. 한마디로 비현실적이고, 후진적이다.

현재 한국의 학교와 학원은 모두 주입식 교육패러다임을 공유하고 있다. 주입식 교육에서 학교가 학원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은 당연하다. 학원은 학교에 비해 훨씬 적은 시간 동안만 학생들을 접할 수 있기 때문에, 가장 효율적인 주입 테크닉을 갖추게 된다. 더구나 여러 학원이 시장경쟁하는 상황에서 학원의 ‘지식 주입 기술’이 평균적으로 학교를 능가하는 것은 당연하다. OECD 국가들 가운데 주입식 교육패러다임을 온존하고 있는 우리나라와 일본에서 사교육이 비대해져있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교육선진국들에서는 ‘미리 준비된 내용’을 학생에게 일방적으로 주입하는 것을 교육의 목표로 삼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이 발견과 탐구의 과정에 능동적으로 참여하도록 하고 이를 통해 얻은 지식을 자기 것으로서 재구성하는 과정을 교육의 목표로 삼는다. 교육의 결과(습득된 지식)가 아니라 지식을 획득하고 재구성하는 ‘방법’과 ‘과정’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다. 물고기를 잡아주면서 ‘먹어라’ 라고 지시하는 게 아니라, 물고기를 잡는 법을 익히도록 하는 셈이다. 이렇기 때문에 교육선진국들은 우리나라보다 더 적은 교과내용을 가르치면서도, 지식기반 경제에서 필요로 하는 창의적이고 다양한 인재를 양성하는 데 성공한다. 그런데 우리는 주입식 교육패러다임에 갇힌 채 대입제도를 손보느라고 허송세월하고 있다.

이런 견지에서 평준화 논란도 다시 분석해볼 필요가 있다. 평준화에는 ‘무시험 학군제 고교배정’이라는 의미와 ‘교육과정과 학제의 획일적 운영’이라는 두가지 의미가 뒤섞여있다. 우리가 진정 극복해야 할 것은 두번째 의미의 평준화이지, 첫번째 의미의 평준화가 아니다. 도대체 무시험 학군제 고교배정을 하지 않는 교육선진국이 어디 있는가. 그런데 평준화를 비판하는 이명박 후보 쪽도, 방어하는 현정부도 피상적인 개념을 남발하며 서로 겉돈다

우리나라의 표준적인 공부법이 무척 후진적이라는 점, 그리고 후진성의 근원이 학원이 아니라 학교교육 자체에 있다는 점을 모르는 이들이 교육정책을 주무른 결과는 어떠했는가. 현정부가 2004년에 발표한 ‘내신 위주 대입안’은 사교육비를 억제할 것이라는 기대와는 반대로, 내신 학원가의 대호황을 낳았다. 이런 형편없는 제도를 입안하고 추진한 세력은 지금도 자기비판 없이 내신반영비율 높이기에 골몰하여 결과적으로 ‘죽음의 트라이앵글’을 공고히 하고 있다. 이들에 대해 엄중하게 책임을 묻고 그 원인을 규명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이명박 후보의 정책에 대한 비판적 극복은 불가능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