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육이 미국에서 배워야 할 것들

한국교육이 미국에서 배워야 할 것들

이전에 “공부하는 인간”이라는 다큐멘터리를 본 적이 있다. 하버드 대학생 4명이 한국, 중국, 일본을 비롯해서, 이스라엘, 영국, 미국 등 여러 나라들을 순방하며 공부하는 현장을 포착하고, 각 나라들마다 가진 공부하는 방법과 공부문화의 고유한 특성들을 보여주는 프로그램이었다. 이 다큐멘터리가 선사한 간접경험을 통해서 동양과 서양의 공부방식의 차이점에 대해 잘 인지할 수 있었다. 유대인을 중심으로 보여준 서양에서는 토론 문화가 활성화되어 있음을 볼 수 있었다. 한 문제가 있을 때 그것을 머리로 이해하는 것으로 그치지 않고, 그 이해한 내용을 언어로 표현하고, 상대방에게 전달함으로써 설득이나 토론으로 자연스레 연결하는 문화를 가지고 있다. 그와 반면에 한국, 중국, 일본의 동아시아 국가의 학생들은 함께 토론하면서 공부하는 방식보다, 혼자 차근차근 문제를 이해하고 숙지하는 공부법을 대체로 추구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필자도 한국에서 대학과 대학원 석사과정을 마치고, 미국에서 박사과정을 하면서 이런 공부법의 차이를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무엇보다 미국의 대학원에서는 매 학기 수업마다 프로젝트가 주어졌다. 같이 수업을 듣는 학생들과 팀을 이루어서, 수업과 관련된 장기 과제를 수행해내는 식으로 이루어지는데, 과제가 끝나고 나면, 팀별로 자신들이 수행한 프로젝트에 대한 프리젠테이션을 하는 기회를 주었다.

특히 사회과학을 전공한 아내는 수업시간의 차이점에 대해서 큰 놀라움을 느꼈다고 한다. 한국에서는 주로 교수님이 앞에서 강의를 하고, 학생들은 교수님의 강의내용을 필기하는 형태로 수업이 진행되는 반면, 미국의 대학에서는 한 주제를 가지고 서로의 입장을 대변하게 하는 토론 형태의 수업 방식을 많이 접하게 되었다고 한다. 예를 들면, 국제적으로 민감한 사안에 대해서 학생 한 명 한 명이 그 사안에 연관되는 나라의 입장을 대변해서 토의해 봄으로써 다양한 각도에서 한 사안을 바라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이렇게 한국의 교육이 교육자가 피교육자에게 정보를 전달하는 방식인 반면, 미국과 서양의 교육이 서로 토론을 장려하고 질문을 통해 피교육자가 자신의 의견을 많이 표현하게 하는 차이점을 찾아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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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한국, 중국, 대만, 일본 등의 동아시아에서 교육받은 학생들을 보면, 어려운 문제를 끈기있게 그리고 효율적으로 해결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아마도, 입시경쟁에서 주어진 시간 내에 많은 문제를 풀어야 하는 훈련이 몸에 배어있어서 그런 것이 아닐까 추론해본다. 그에 비해서, 미국에서 교육받은 친구들은 이른바 디테일에 약한 경향이 있다. 이론이나 현상에 대한 물리적인 이해와 정확한 언어로 표현하는 능력은 뛰어난 반면에 실제로 그 이론을 있게 하는 손이 많이 가는 실험에 약하거나, 수식전개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를 종종 보아왔다.

한국의 주입식 교육에 대해 많은 비판이 가해져 왔지만, 한국이 지난 60년간 걸어온 경제성장의 길을 생각해보면, 지금까지는 주입식 교육의 방식에서 긍정적인 측면을 많이 찾을 수도 있을 것 같다. 한국전쟁을 겪고 난 후 서양이 지난 200년에 걸쳐 이룩해온 정치, 경제, 사회 시스템의 근대화와 과학기술의 발전에 한국은 무조건 따라잡아야 할 입장이었다. 새로운 문제를 부여받고 그 문제에 대한 새로운 해답을 끙끙대고 풀어야 할 처지가 아니라, 해답은 주어져 있고, 그 해답을 얼마나 빨리 풀어야 하나가 관건이었다. 서양 혹은 일본이 만든 제품, 예를 들면 소니의 워크맨이 있으면, 그 제품을 얼마나 빨리 잘 복제해내서 낮은 생산단가로 승부할 수 있을까가 한국 기업의 과제였다. 선진국에서 구축된 고속도로와 통신 시스템을 얼마나 낮은 가격에 구축할 수 있을까가 한국 정부의 과제였다. 그런 분위기에서 주입식 교육으로 정답을 짧은 시간 내에 외울 수 있고, 풀 수 있는 능력은 요긴하게 쓰였을 것이다. 학문의 현장에서도 서양의 학문을 수입하고 이해하고 소화하기에 급급했던 상황에서 주입식 교육으로 길러진 학문태도가 그다지 나쁘지 않은 결과를 빚었을지 모른다.

그러나, 이제 한국의 위상이 많이 달라졌고, 주어진 과제가 달라져 버렸다. 이제 더 이상 다른 나라의 뒤를 뒤쫓아갈 수 없는 상황이 되었고, 많은 학문 분야 혹은 산업 분야에서 새로운 문제를 제기하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해졌다. 일명 레드오션 시장에서 강세를 보였던 한국의 기업들은 비슷한 방식으로 성장한 중국 기업들에 밀리는 상황을 요즘 보게 된다. 그래서인지 한국의 미디어를 접할 때도 “창조”라는 키워드가 많이 등장하고, 정부의 부서 기관도 “창조”라는 키워드를 넣어서 새로 조직되는 등 달라진 모습을 요즘 보게 된다. 물론 그 실제적 상황이야 창조라는 키워드에서 동떨어져 있을지 모르지만, 문제의식은 모두에게 공유되고 있는 듯하다.

현재 한국의 상황을 보면, 미국에서 공부하는 한국인 이공계 유학생의 모습을 닮아있다. 이공계 교수들은 한국의 유학생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언어적으로는 좀 부족하지만, 열심히 일하는 근성과 문제를 풀어내는 능력이 뛰어나기에 좋은 논문과 연구업적을 낼 수 있는 자질을 갖추고 있어서이다. 하지만, 좋은 논문을 쓰고 박사를 받고나서, 세계적으로 유명한 학자가 되기 위해서는 플러스 알파가 필요하다. 여러 학문의 연구분야 중에서 새로운 이론을 구성하고 제기할 수 있는 독창성, 학계에서 논란이 되는 주제에 대해 자신의 입장을 선명하고 설득력 있게 내세울 수 있는 논리력, 그리고, 많은 청중을 대상으로 자신이 연구한 바를 명료하게 전달하고, 그 문제점에 대해서 심도 있게 토의할 수 있는 프리젠테이션 능력이 또한 필요한 것이다.

이 플러스 알파의 영역에서 한국의 연구원들이 미국 혹은 유럽의 학자들에 비해 조금 뒤떨어져서 세계적인 명성을 얻는데 부족하지는 않나 생각해본다. 한국기업들이 처한 상황도 마찬가지로 열심히 일할 수 있는 능력도 있고, 문제를 풀 수 있는 능력도 충분하지만, 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 제품을 기획할 수 있는 독창성과 제품의 필요성을 설득시키고, 프리젠테이션할 수 있는 부분에서 많이 미흡한 모습을 보게 된다. 그리고 이런 미흡한 자질들은 분명 한국의 교육과 연관이 있어 보인다.

한국의 교육이 가지고 있는 장점은 분명히 존재하고,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은 한국의 교육을 본받으라는 얘기까지 하였다. 그러나 현재 위에서 언급한 한국의 교육이 가지고 있는 부족한 부분은 학문 분야에도, 기업의 경쟁력에서도, 사회의 성숙도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그래서, 필자의 한국교육과 미국교육의 경험, 그리고 미국 학부모의 입장에서 자녀교육의 경험, 그리고, 실리콘밸리에서 여러 다른 나라에서 온 엔지니어와 부대낀 경험을 바탕으로 아래 세 가지 교육 방식을 한국 교육에 도입해 보면 어떨까 제안해 보고 싶다. 이 세 교육 방식에 대해서는 이후 연재에서 얘기해 보고자 한다.

1. 프로젝트에 기반한 교육
2. 토론 중심의 교육
3. 후기(Reflection) 쓰기